기독교인이거나 그 가족이라는 이유로,
우익 인사와 같은 교회에 다닌다는 이유로 대량 학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위원장 김광동, 이하 진실화해위)가 12일 제80차 위원회를 열어 "한국전쟁기 충청지역에서 기독교인들이 희생된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을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1950년 7∼9월 3개월에 걸쳐 충남 논산 병촌성결교회에서 인민군과 좌익세력에 의해 교인들이 우익세력으로 분류돼 고문 후 살해당했다.

희생된 기독교인 54명 중 여성이 30명(55.6%)이었고, 절반이 넘는 29명은 19세 미만이었다.
이들은 기독교인이거나 그 가족이라는 이유로, 우익 인사와 같은 교회에 다닌다는 이유로 살해된 것으로 파악됐다.


진실화해위가 한국전쟁기 종교인 희생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을 내린 것은 지난 4월 전북지역 기독교인 희생 사건과 충청지역 천주교인 희생 사건에 이어 세 번째다.
앞서 진실화해위는 종교인 희생 사건 중 첫 번째로 전북지역에서 기독교인 104명이 사망한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을 결정했다. 이 사건은 1950년 7월부터 11월까지 4개월에 걸쳐 발생했다. 특히 인민군 퇴각기인 1950년 9월 28일 무렵에 전체 진실규명대상자(104명)의 57.7%(60명)가 희생됐다. 희생자 중 남성이 76.9%(80명)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연령별로는 40대가 26%(27명)로 가장 많았다.

전북 지역 희생자는 지역별로 군산에서 28명(26.9%)이 나왔고 김제(23명), 정읍(17명) 등에서도 많은 희생자가 파악됐다.
특히 이중 절반 이상(60명)은 인천상륙작전으로 인민군이 퇴각하던 9월 28일 무렵 희생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희생된 이유는 기독교인의 우익활동, 공산주의를 피해 월남한 기독교인 등을 적대시한 세력이 기독교를 좌익에 비협조적이라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또한 예배당 사용 문제를 놓고 기독교와 인민위원회 사이에 갈등이 있었고 기독교가 미국 선교사와 밀접한 관계에 있어 '친미 세력'으로 여겨졌다.
한편 진실화해위는 여러 자료를 수집한 결과를 토대로 한국전쟁기에 1700여명의 종교인이 인민군과 좌익세력에 의해 학살된 것으로 보고 있는데, 그 중에 상당 수가 기독교인이다.